지난 2019년 4월 13일 총신대학교 임시이사회는 이사 전원의 지지로 시각장애인으로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한 이재서 박사를 총장으로 선출했다.
총신대학교가 학내사태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학교 정상화의 무거운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것이다.
이재서 총장은 시각장애를 딛고 세계 최초로 4년제 대학교 총장이 되었기에 기독교계 언론은 물론 한겨레, 조선일보 등 일반 언론과 KBS TV 인기 프로그램 ‘아침마당’ 등에 출연해 고난을 딛고 총장에 오른 그의 입지전적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재서 총장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5일 오전 11시 총신대 백남조홀에서 이취임식을 갖고 갖고 학교를 떠난다. 이재서 총장 후임은 부전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박성규 목사다.
1977년 총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해서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1994년 총신대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1996년 3월 교수로 채용되어 모교에서 후학을 가르쳤고, 총장에 당선되어 학교를 섬긴 후 47년 만에 떠나게 된 것이어서 아쉬움도 클 것이다.
한편으로는 난파선 같았던 총신대호(號)라는 거대한 함선의 키를 잡고 4년 간 거센 파도와 싸워가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항구까지 도달하고 새로운 선장에게 배를 맡기고 홀연히 항구로 걸어나오는 안도감도 있을 것이다.
퇴임식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총신대학교에서 만난 이재서 총장은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역대 총장 중 하루 차이도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이․취임식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전에는 총장 대행 체제에 있다가 새로운 총장이 선출되었기에 총장 취임식만 했었다.”
이 총장은 4년 전 교육부가 파송한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라는 사상 최초의 지지로 총장에 당선된 직후 “너무나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작년 연말 쯤 총장에 도전해 볼 결심을 했는데 될 줄 몰랐다. 총회와 좋은 관계를 갖고 총신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이재서 박사가 총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학교는 난파선 같았다. 학내 사태로 인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전임 총장 편에 선 교수들의 강의실은 못이 박혀 있었다. 수업은 천막을 치고 진행됐다. 교수들은 파벌로 나뉘어 있었다. 학교 재정도 어려웠다. 총회와의 관계도 불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한 이재서 총장은 그의 다짐대로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 총신대학교 정문에 게시된 이재서 총장 이임과 박성규 총장 취임 축하 현수막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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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예장합동총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난 2018년 9월 19일 교육부가 15명의 임시이사를 파송한 이후 2년 반 만인 2021년 4월 9일 정이사체제가 들어서게 했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임시이사들을 설득해 최단기간에 정이사체제가 들어서게 한 것이다.
특히 법인이사회가 예장합동 총회 직할 하에 있는 학교로 정관을 조기 개정하면서 명실 공히 예장합동 총회의 지도를 받는 직영 신학교의 위상을 회복했다.
이재서 총장은 역대 총장도 하지 못한 실천을 했다. 우선 전국과 해외를 순회하면서 자신의 간증을 나누며 총신의 후원을 요청을 했다. 금권과 교권에 좌우되지 않은 최초의 총장이 되었기에 강사비 또는 사례비 전액을 그대로 학교 후원기금으로 기부했다. 역대 총장 중 처음으로 자신의 사례비 전액을 학교 후원금으로 기부한 것이다.
총장에 취임한 지 1년도 안 지나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교회 순회 사역에 제약을 받았지만 193 교회를 방문해 ‘총신주일’로 지키도록 하면서 천사모금운동으로 30억, 100만기도후원회원운동으로 51억원 등 81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했다.
발전기금 신규 후원은 39억 원(천사모금운동 30억, 백만기도운동 51억)을 모금했다. 법인계좌로 입금되도록 한 교회후원금 20억 원을 포함하면 총 발전기금은 100억 이상을 모금했다. 이 총장 재임 기간 총 161억원을 확보했다.
이 총장은 안정적 교육을 가능토록 하기 위해 전임교원 확보율을 77%까지 끌어올렸으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목회학석사(M.Div.)과정 지원자 감소 추세에 대한 대응 및 목회자 평생교육 실천을 위해 목회학심화석사(STM) 과정을 신설했으며, 통일개발대학원 신설과 한국 기독교 및 총신대에 기여한 자에게 그 공로를 기리며 향후 총신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명예박사학위 규정을 신설했다.
▲ 총신대학교는 교원임용고시에도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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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총신대 교수들로 하여금 교단 목회자의 목회활동을 돕기 위한 성경 66권 주석 및 관련 분야 주석 총서 집필하는 <총신개혁주의주석총서> 집필 및 출판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에는 새에덴교회, 삼일교회, 분당우리교회, 주다산교회 등 교단 소속 교회들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시설을 확충했다. 사당 캠퍼스에는 백남조홀, 주기철홀, 새에덴홀, 선교관 리모델링, 도너월을 신설했으며, 양지 캠퍼스에는 백주년기념예배당 리모델링, 매체제작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이재서 총장은 지난 2020년 6월 25일 회복과 혁신에 중점을 둔 ‘총신 2023 비전 선포식’을 갖고 65대 실행과제, 34대 추진과제, 14대 전략과제 및 교육, 인재, 행정체계, 환경, 사회공헌의 혁신 등 5대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실력을 겸비한 학생을 키우고 전문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교회와 지역사회에 친화적인 공동체의 형성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환경변화에 따른 혁신을 도모하고 학교의 내‧외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 총신대 총장실에 설치되어 있는 교훈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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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력으로 교육부 주관 제5주기 교원양성기관역량진단 준비 및 우수 등급을 달성했으며, 교육부 및 국립특수교육원 주관 2020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 2022년 하반기 대학기관평가 인증 획득을 했다.
또한 통일부 지역통일교육센터에도 공모하여 서울통일교육센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재서 총장은 대학 구성원 간의 소통에도 힘을 기울였다. 총신대 최초로 대학구성원 및 외부 관계자의 소통 활성화를 위한 구성원 소통위원회를 신설해하여 대내‧외 의견 수렴을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
이재서 총장은 퇴임을 앞두고 지난 주와 이번 주 총신대 학부 채플과 신대원 채플에서 고별설교를 했다.
퇴임을 하루 앞둔 24일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후원하고 서울통일교육센터와 총신평화통일연구소 그리고 총신대학교가 공동주최로 총신대 주기철기념홀에서 열린 2023년 통일교육위원 서울협의회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총장으로서의 모든 사역을 마쳤다.
이재서 총장은 전남 승주군 황전면(현 순천시)에서 출생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돕다가 실명(失明)을 했다. 그리고 절망 가운데 1년 몇 개월을 보내다가 1968년 3월 국립서울맹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한 후 1977년 총신대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총신을 졸업한 후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비블리컬대학교과 템플대학교를 거쳐 럿거스주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모교로 돌아와 신대원 교수로 강의를 하다가 사회복지학과가 신설되면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했으며, 백범봉사상을 수상했다.
▲ 예장합동 총회 직영신학교인 총신대학교(총장 이재서)가 가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종합관 1층 백남조기념홀에서 개교 122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이재서 총장이 장기 근속패 수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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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총신대에 재학 중이던 1979년 한국밀알선교단을 창립했으며, 사단법인 세계밀알연합을 설립해 총재를 맡아 21개 국 100여 곳에 지부를 두고 사역을 하고 있다.
이 총장은 총장 퇴임 후의 계획에 대해 “우선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 체력을 보강하고 싶다. 그리고 세계밀알연합의 사역을 섬길 것”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으로는 최초로 4년제 대학 총장이 되어 4년 동안 훌륭하게 직무를 감당한 이재서 총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향후 사역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