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7시 총신대학교 종합관 2층 주기철기념홀에서 열린 재단이사회(이사장 김기철 목사)에서 박성규 목사(부전교회)가 제22대 총장(총장만으로는 8대)으로 선출되었다.
▲ 총신대 총장에 당선한 박성규 목사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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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로 나선 김창훈 교수는 이날 오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들러리 서기 싫다는 이유로 후보 사퇴를 했고, 문병호 교수(조직신학)와 2파전으로 치러졌다. 결과는 11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박성규 목사가 당선했다.
예장합동 총회 내에서 사랑의교회 설립자 옥한흠 목사가 이끄는 교회갱신협의회(교갱협)과 정치적 양대 산맥을 이뤘던 영성목회연구회의 수장으로 총회장과 총신대 운영이사장 그리고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와 길 목사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면서 정치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총신대 재단이사장에 이어 총장을 연임했던 서천읍교회 김영우 목사에 이어 부산 부전교회를 목회했던 박성규 목사가 목회자로는 역대 세 번째 총장으로 선출됐다.
이번 선거에서 총신대 사당캠퍼스 부지 2만여 평을 기증했던 고 백남조 장로(전 총신대 재단이사장)의 아들들인 백성기 장로(전 재단이사)와 백홍기 장로는 박 목사의 총장 출마를 적극적으로 반대했었다.
▲ 부산 부전교회 백홍기 장로가 7일 오후 총신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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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건축 부채 500억 원이나 있는 상황에서 박 목사가 교회를 사임할 경우 은행에서 대출 계약을 연장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백홍기 장로 내외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을 때 총신대까지 올라와서 피켓 시위를 하며 박 목사의 총장 출마를 반대했다.
또한 박 목사가 부전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해 부산 성시화의 랜드마크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당을 크게 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는 것이다.
▲부산 부전교회(담임목사 박성규 목사) ©뉴스파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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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로 출마한 후 뉴스파워로 부전교회 출신으로 지금은 다른 교회에 출석한다고 밝힌 한 성도는 “박 목사가 2007년 해운대 백사장에서 열린 집회 때 부산 성시화를 위한 교회 건축에 대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밝혔다.”며 “그런데 교회 건축 부채가 500억이나 된 상황에서 총장에 출마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얼마전 좋은 조건으로 은행과 대출 연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박성규 목사를 총장으로 선출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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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가 총장에 출마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를 한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큰 승리의 요인은 재단이사들 중에 박 목사와 동지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교갱협 소속 이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 목사가 지난해 10월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을 때부터 이미 교갱협 내부에서 총장 출마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박 목사는 후배들의 요청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교갱협 소속 재단이사들은 교회 규모도 크고 이미지도 좋은 분들이어서 여성이사들 중에서도 박 목사를 지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총회 추천이사들 중에서도 박 목사를 지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 목사가 승리한 두 번째 요인으로는 총신의 신학 정체성 논쟁을 꼽고 있다. 총신대의 신학적 정체성은 역사적 개혁주의다. 그러나 최근 총신의 신학적 정체성이 개혁주의가 아닌 복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 WEA공청회 좌측부터 정승원 교수, 문병호 교수, 한기승 목사 ©뉴스파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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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총회에서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신학 논쟁이 벌어지면서 신학적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교류단절을 주장하는 쪽과 WEA는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복음주의교단과 단체들의 연합기구라는 주장으로 갈렸다.
박용규 교수, 박성규 목사 등이 WEA와의 교류 단절을 반대하는 입장에 섰고, 문병호 교수는 서철원 교수와 함께 WEA의 신학적 문제점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데 앞장을 섰다.
몇 년 전 교갱협과 함께해 온 총신대의 모 교수는 “목사님, 총신은 복음주의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혁주의를 주장하는 총신은 여성 안수를 반대해왔다. 그러나 교갱협 소속 이사들 중에는 여성안수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박성규 목사를 총장으로 지지했다는 것이다.
박 목사가 승리한 세 번째 요인으로는 문병호 교수에 대한 교갱협 이사들의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문 교수가 신학자로는 탁월하지만 개혁주의신학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교수들과 토론에서 타협을 잘 하지 않는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또한 문 교수는 총신대 사태를 촉발시켰던 김영우 전 총장을 협력한 교수이기 때문에 총장이 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길자연 목사, 김영우 목사에 이어 목회자로 세 번째 총장에 취임하게 될 박 목사는 교수와 직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학교 상황을 파악하면서 학교를 이끌어가야 한다.
교수 출신인 이재서 총장은 전국 교회의 후원을 이끌어 내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80억 가까운 재정을 모금했다. 이 총장은 교회 순회 간증과 설교 후 받은 강사비도 전액을 학교 후원금으로 내놨다.
박 목사는 정견 발표회 때 자신이 총장이 되면 661억5천만원을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전국 교회 성도들이 한 달에 1만원 씩을 후원하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제 당선과 함께 그 공약을 지켜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총신 관계자는 "박 목사가 총장에 취임하면 매년 최소 20억 원 이상을 모금해야 학교의 재정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박성규 목사가 총장후보 정견발표회 때 661억 5천만원을 모금하겠다고 밝힌 내용.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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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 관계자는 "김인환 총장 때 100만기도후원회원운동으로 1년에 20억씩 모금이 됐으나, 지금은 13억원 정도 후원이 되고 있다."며 박 목사의 661억5천만원을 모금 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목회자 총장 중 길자연 전 총장은 300억원 모금을 공약했지만 총장직은 중도에 물러나면서 2억3천만원 모금에 그쳤다. 김영우 총장은 총회와의 갈등으로 총회의 재정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한편 박 목사는 총신대와 총신대 신대원(80회)을 졸업하고 군목으로 남가주사랑의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면서 풀러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마쳤으며, 부전교회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시무하면서 총신대 총동창회장과 총회 교회자립개발원 실무부이사장, 총신대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 총신대 총장으로 선출된 박성규 목사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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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목사는 지난 11일 오후 10시 총장에 선출된 후 “어려운 시대에 총신을 부흥하는 학교로 만들고, 칼빈이 말한 대로 통나무를 불붙는 장작으로 만들어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 나아가 세상을 살리는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목사는 특히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교과과정을 다듬어 교회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는 일에 힘쓰겠다. 이와 함께 담임교수제를 도입하고 모금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학생들과 교수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