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 햄버거, 핫팩, 내복과 따뜻하게 덥힌 사랑을 들고 서울대학교회와 대학촌 교회가 함께 야간순찰을 나갔다.
▲ 노숙인간문화재 김오근 선생에게 임명희 목사가 침낭을 한 개 더 덮어주고 있다. © 임명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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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을 가는 오후에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더니 밤엔 덮고있는 이불속까지 찬 바람이 뚫고 들어온다. 찬 바람은 온몸을 후덜덜 떨게 한다.
동네 다리 밑에서 침낭을 한개 받은 오근이는 역사 바깥에 받은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워있다. 다가가서 살펴 본 순간 온몸이 떨고있다. 목에다 한개를 더 감아주었는데 받는 손이 후덜덜덜 떨리고 있다.
▲ 노숙인간문화재 김오근 선생에게 임명희 목사가 침낭을 한 개 더 덮어주고 있다. © 임명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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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떨면서 이밤을 어찌 세울지 걱정이 된다.
뒤에서 떠미는 바람과 함께 역옆의 소공원에 가면서 '이렇게 바람이 쎈데 설마 바깥에서 자는 사람은 없겠지?' 생각하며 가보았더니 바람부는 벌판에 세명이나 있다. 가운데는 명성이 이불과 박스로 덮고 누워있고, 새천년은 입구에서 천막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와 인사를 하고, 맞은 편엔 영환이 앉은채로 바람을 맞으며 밤을 지샐양으로 떨고있다.
▲ 다리 밑의 봉환,성수에게 물품을 나눠드리고 서울대학 교수님이 기도해주고 있다. © 임명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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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간 핫팩과 침낭을 나눠드리는데 머리와 귓볼이 너무춥다. 잠시 동안인데 찬바람에 속이 떨려온다.
영환이에게 침낭 하나를 꺼내 덮어주었는데 하나로는 바람을 막을 수가 없어 보인다. 하나를 더 가져다 감아주었다. 바람이 눈을 때린다.
'아! 어떻게 이 추운 밤을 지새나!'
▲ 다리 밑의 봉환,성수에게 물품을 나눠드리고 서울대학 교수님이 기도해주고 있다. © 임명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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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두 손을 잡고 기도를 해드렸다. "주여! 이 강 추위 속에서도 얼어죽지 않도록 생명을 보존하여 주옵소서!"
기도하는데 찬바람에 입이 얼어붙는다.
발을 재촉하여 소공원을 떠나 역사로 올라갔다. 역사엔 침낭을 받으러 15명정도가 나와 기다리고 있다.
▲ 역 옆의 소공원에서 자고 있는 세형제에게 침낭, 핫팩, 햄버거, 기도버거를 주고 있다. © 임명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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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샛강 다리 밑으로 가려던 우리는 역사에 나온 사람들에게 침낭과 내복과 핫팩을 주고 햄버거를 주문하여 나눠드렸다.
침낭이 부족하여 못 받은 분에게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인사를 하니 "저는 안받아도 괜찮아요." 라고 인사를 건넨다.
▲ 역 옆의 소공원에서 자고 있는 세형제에게 침낭, 핫팩, 햄버거, 기도버거를 주고 있다.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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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사가 넘 따뜻하게 다가왓다. 감사했다. 전에 같으면 소리치고 싸우고 뺏고 땡강놓고 했을텐데 이제는 마음이 많이 넉넉해진 것 같았다.
우리는 물품이 다 떨어져 샛강까지 갈 수 없게 되자 돌아오게 되었는데 냉기를 가득담은 찬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고 있다.
"주여! 영하 15도 이상 떨어진 이 찬바람 속에서 저들을 지켜주옵소서!"
'아! 쪽방은 호텔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 야간순찰에서 돌아온 후 교제하는 모습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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