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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희 목사의 詩(시)] “여름 티셔츠를 누가?”
영등포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의 쪽방촌 노숙자들의 생활 단상
 
임명희   기사입력  2022/07/12 [14:52]
▲ 영등포 쪽방촌 옆 도로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임명희 목사(우측)     © 뉴스파워


음성 저수지 둘레길을 걸으면 산과 들이

생명의 싱그러움을

초록으로 단장하고 반겨준다

 

계절이 여름이다.

생명의 완연함과 찬란함의 대잔치가 벌어진 축제속을

생명의 깊고 긴 호흡을 하며 여름을 걸어본다

 

숙제, 재숙이, 민자, 덕순이 등이 떠오른다. 이들 중 세명은 쪽방주민이고, 한명은 화장실을 지키며 십년 째 노숙으로 살아오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시커먼 겨울 옷을 입고 누워있는 멧돼지 클럽의 멤버들이 떠오른다.

 

어제도 누워있는 그들을 기도해주고 왔다.

봉환이, 학꽁치, 정식이

 

펜스에 걸쳐놓은 비닐 지붕아래서 그 추웠던 겨울을 지내오신 90세 할아버지는 아예 웃통을 벗고 있다, 바지는 시커멓고 두텁다.

 

산과 들은 초록으로 옷을 바꿔 입었는데

쪽방촌 다리 밑 생명은 여전히 겨울이다

 

질척이며 끈적거리는 땀냄새가 후끈한 더위로 숨턱을 들이민다.

 

누가 여름 하늘색이나 초록색의 반팔 티로 이들을 갈아입혀줄 자연의 손길이 되어줄 수 있을런지

 

이육사는 광야에서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렸지만

바우클럽, 멧돼지클럽, 푼수클럽, 숙제클럽 멤버들은

푸름을 갖고 올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영등포 쪽방촌 옆 도로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임명희 목사(우측)     © 뉴스파워
▲ 영등포 쪽방촌 옆 도로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임명희 목사(우측)     © 뉴스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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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7/12 [14:52]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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