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 쪽방촌 옆 도로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임명희 목사(우측) © 뉴스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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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저수지 둘레길을 걸으면 산과 들이
생명의 싱그러움을
초록으로 단장하고 반겨준다
계절이 여름이다.
생명의 완연함과 찬란함의 대잔치가 벌어진 축제속을
생명의 깊고 긴 호흡을 하며 여름을 걸어본다
숙제, 재숙이, 민자, 덕순이 등이 떠오른다. 이들 중 세명은 쪽방주민이고, 한명은 화장실을 지키며 십년 째 노숙으로 살아오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시커먼 겨울 옷을 입고 누워있는 멧돼지 클럽의 멤버들이 떠오른다.
어제도 누워있는 그들을 기도해주고 왔다.
봉환이, 학꽁치, 정식이…
펜스에 걸쳐놓은 비닐 지붕아래서 그 추웠던 겨울을 지내오신 90세 할아버지는 아예 웃통을 벗고 있다, 바지는 시커멓고 두텁다.
산과 들은 초록으로 옷을 바꿔 입었는데
쪽방촌 다리 밑 생명은 여전히 겨울이다
질척이며 끈적거리는 땀냄새가 후끈한 더위로 숨턱을 들이민다.
누가 여름 하늘색이나 초록색의 반팔 티로 이들을 갈아입혀줄 자연의 손길이 되어줄 수 있을런지…
이육사는 광야에서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렸지만
바우클럽, 멧돼지클럽, 푼수클럽, 숙제클럽 멤버들은
푸름을 갖고 올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영등포 쪽방촌 옆 도로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임명희 목사(우측) © 뉴스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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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 쪽방촌 옆 도로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임명희 목사(우측) © 뉴스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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