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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포럼]혁신교육의 과제와 대안
이혁제(전남도의회 교육위원) 발제문
 
이혁제   기사입력  2021/11/08 [17:55]

  

인터넷신문 뉴스파워(대표 김철영)는 8일 오후 2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혁신교육이 가야할 길을 주제로 교육포럼을 열었다. 다음은 전남도의회 이혁제 의원(교육위원)의 발제문이다.(뉴스파워)

▲ 전남도의회 이혁제 의원이 발제하고 있다.     ©뉴스파워



 

필자는 사교육시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곧 사교육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렵고, 어쩌면 해결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부의 대물림이 곧 학력의 대물림이 되고, 결국은 빈익빈부익부 양극화를 고착하는 악순환을 깨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국민 특히 지방 소도시 및 농어촌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뛰어든 곳이 교육운동이었다. 그리고 지역 국립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서 지금은 전남도의회 11대 전·후반기 모두 교육위원으로서 우리나라의 교육 특히 지역 교육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원고 서두에 과거 이력을 나열하는 이유는 초중고 현장이 아닌 초중등교육 밖에서 오랫동안 학교교육을 바라보고 문제점과 해결점을 찾았던 경험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먼저 필자는 소위 말하는 진보성향이 강한 전남 사람이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당신은 진보냐 보수냐라는 이분법적인 질문을 했을 때 망설임 없이 나는 진보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단어가 교육과 함께 했을 땐 상황이 달라진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확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교육또는 교육혁신은 우리가 교육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백년지대계라는 말과 배치된다. 필자는 교육은 백년을 두고 설계하고 시나브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제 이번 토론회의 주제인 혁신교육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전남은 민선 2기 때는 무지개학교로 명명되었고 전교조 위원장 출신 민선3기 교육감인 지금은 혁신학교로 불려진다. 이름만 보아선 무지개보단 혁신이 훨씬 더 강렬해 보이지만 실상 내용은 별반 다름없다. 820여개의 전남 초··고 중 유치원 7, 초등학교 101, 중학교 26, 고등학교 5교 총 139교가 전남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최근 서울교육청 산하 노후 학교 중 40년 이상 지난 학교를 대상으로 한 그린스마트미래학교로 지정된 9곳 학부모들이 지정철회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고 올 해 국감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진 것을 보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그린스마트미래학교를 혁신학교와 혼동해 빚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지역 학교에선 서로 자신의 학교 건물을 먼저 개축해 달라고 아우성인데 역시 서울 학부모들과 지역 학부모들은 달라도 한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교육위원인 본인도 어느 학교가 혁신학교이고 일반학교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남 학부모들 대부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말은 일부 지역에서 혁신학교에서 행해지는 혁신교육이 너무 과대한 포장지에 둘러싸여 있지 않나 싶다. 어쩌면 혁신교육의 내용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지 모른다. 혁신학교는 노는 학교, 혁신교육은 학력저하교육으로 말이다. 필자가 느끼는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시나브로 진화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학력고사 시절 교육에서 학생들의 사고력을 보다 풍부하게 길러주려는 평가방식인 수능으로 발전했다. 또 시간이 지나 21세기에 맞는 인재상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남과 다른 준비를 해 온 학생을 키워내는 평가방식인 입학사정관제로 변신했다. 이제는 학교생활 충실한 학생을 선호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교육의 방향을 이끄는 평가방식으로 대두 되었다. 그리고 국··수 중심의 학력 평가는 늘 변함없이 진화의 중심에 함께 하고 있다.

 

혁신교육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의 문제는 바로 학력에 있다고 본다. 소위 말하는 혁신교육에서도 학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혹시 학력과 혁신교육이 동떨어졌다고 보는 혁신학교 교사가 있다면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혁신학교가 될 것이지만 대부분의 혁신학교 교사들도 학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혁신교육이 자율성을 중요시한다고 해도, 기존과 다른 교육과정을 편성한다고 해도 그것은 학력을 기본으로 두고 플러스알파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혁신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학력을 배제하고 플러스알파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혁신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혁신교육이라는 말이 나오기 한 참 전부터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자들이 많았다. 선생님의 강의식, 주입식 교육에서 거꾸로 수업을 통한 토론식 수업을 활성화 하고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독서가 중요하다는 식의 학교현장의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혁신교육이 주장하는 역량중심의 교육, 교사중심에서 학생중심의 교육, 따뜻한 인성을 키우는 교육 등은 꼭 혁신교육이라는 명명아래가 아니라 일반교육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추구되고 있는 교육방식이다. 다만 혁신학교라는 틀 안에서 혁신교육을 부르짖으니 마치 혁신학교 교육은 일반학교와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이루어졌고 여기서 머무르는 학생들의 학력은 떨어 질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교육당국이 주장하는 혁신교육이 사회적 합의 아래 성공하려면 먼저 혁신교육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교육당국이 이 부분에선 더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어쩌면 아예 혁신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학력을 겸비한 역량중심의 교육은 혁신학교 뿐 아니라 일반 모든 학교에서 적용되어져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두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본다고 하였다. 대한민국 교육과정은 주기적으로 개정되고 있다. 아니 진화되고 있다. 혁신교육의 중심도 2015개정교육과정의 6대 핵심역량 안에 있다. 어쩌면 6대 핵심역량을 골고루 실현시킬 수 있는 학교가 있다면 그곳이 대한민국의 가장 모범이 되는 학교일 것이다. 내년에 2022개정교육과정이 고시된다. 하지만 새로운 교육과정이라고 해서 과거 2015개정교육과정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아니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과정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필요조건이 있다. 바로 입시제도다. 엄밀히 말하면 대학입시제도다. 우리가 아무리 교육과정에 중요성을 두고 교육을 한다고 해도 결국 초등학생은 중학교로 중학생은 고등학교로 고등학생은 대학교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기에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상급학교는 평가를 해야한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대학의 선발평가방식은 사회의 주된 관심사다. 정부 교육관계자의 발언 하나에 온 사회가 흔들린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초중등교육은 이미 대학입시제도에 귀속 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교육이 성공하려면 혁신교육이 대학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믿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정 반대다. 만약 혁신교육과 대학입시가 동업자로서 함께 간다면 가장 인기 있는 학교가 될 것이다. 내가 다니는 자녀의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대학입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믿기에 학교 건물을 새로 지어준다고 해도 학부모들은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는 교육과정에 맞추어 대학입시를 수정해왔다. 정권은 진보에서 보수로, 또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지만 학력고사, 수능,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은 양 정권 하에서 시나브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선발하고 있는 인재가 바로 혁신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들이 주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교육이 학력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듯이 학생부종합전형은 불공정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다 보니 실제여부와 상관없이 줄세우기식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고 보는 견해가 승리를 거두고 이제 다시 결과중심의 평가방식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선후보가 벌써부터 수시폐지와 수능중심의 평가를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동조자가 많은 것으로 보았을 때 혁신교육의 미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혁신교육이 추구하는 교육과정 안에서도 그 중심은 지성이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게 첫 번째이기 때문이다. 혁신교육이 이 지성함양에 대한 부분을 보증해 주고 자율성을 둔 교육과정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 준다면 가장 이상적인 교육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대학입시제도는 지성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성을 중심에 두되 학생들이 미래사회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함께 산다.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중심의 점수위주로 선발했던 학생들보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이 대학의 인재상에 걸맞고 우리 사회에 더 긍정적인 인재로 성장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대학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행정감사와 바쁜 의정활동으로 짜임새 있는 원고를 준비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지면으로 못 다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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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08 [17:55]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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