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지형은 목사)는 2021년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화의 은혜가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 한반도를 중심한 동아시아와 오늘날의 세계에 넉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목협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본디 만드신 아름다운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거룩한 능력”이라며 “오늘날의 세계에서 부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인도적 인륜도덕을 세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독교의 부활 신앙은 그저 추상적인 종교 교리가 아니”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아 인격과 일상의 삶에서 영생의 복을 누리고 나누면서 동시에 인간 삶과 역사 흐름의 구체적인 영역에서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고 공공의 평화를 이루어가라는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2021년 부활절 메시지 전문.
부활의 믿음이 희망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화의 은혜가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 한반도를 중심한 동아시아와 오늘날의 세계에 넉넉하기를 바랍니다. 21세기의 인류는 꼬박 일 년을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그에 따른 온갖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제 두 번째 해를 지나면서 백신의 보급과 접종으로 해결의 방향은 보이지만 상황의 종식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세계 각 나라 중에 코로나 대처에 미흡해서 정부 또는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들도 있고 어느 나라나 먹고사는 일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당하는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이 큽니다. 민주주의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시장경제의 작동 구조가 불안합니다. 기후와 생태 환경의 위기는 일상에서 느낄 정도로 심각해졌고 인륜도덕의 가치는 세계 도처에서 짓밟히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가 큰 궤도를 그리며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크게 움직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류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2021년의 부활절을 맞습니다.
세상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천 년 전에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달려 대속의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부활하게 하셔서 죄와 죽음의 권세를 꺾으셨습니다. 이 부활의 거룩한 힘으로 창세 이래 인류 역사에 구원의 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록한 복음서의 말씀에서 부활하신 주님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평강 곧 평화를 전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전하신 이 축복의 인사에 인류에게 열린 구원의 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누가복음 24장 36절과 요한복음 20장 19절의 말씀입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본디 삼중적인 관계 속에서 사는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창조주를 향하여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예배자로, 다른 사람을 향하여 더불어 사는 동반자로, 자연만물을 향하여 그들을 돌보며 가꾸는 청지기로 살면서 평화를 누리는 것이 사람의 본분입니다. 죄가 세상에 들어오면서 이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사람이 인간신(人間神)을 추구하며 타인을 경쟁자요 잠재적인 적대자로 여기며 자연만물을 이기적으로 착취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평화는 깨지고 독한 경쟁과 갈등, 싸움과 살육이 인간 역사를 물들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본디 만드신 아름다운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거룩한 능력입니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부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인도적 인륜도덕을 세워가야 합니다. 10년 째 내전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시리아의 참상을 비롯한 세계 도처의 전쟁과 빈곤과 기근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해결을 위해서 백신의 보급에서 저개발 국가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선진국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최근 몇 년 어간에 기후와 지구 생태 환경의 위기는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체감하는 상황으로 심각하게 악화되었습니다. 세계 각 나라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진지한 위기의식을 갖고 구체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경제와 정치에서 강한 나라들과 저개발 국가들이 지구행성이라는 한 배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생태적 환경윤리는 기독교 신앙에서 창조 세계의 돌봄과 보존이라는 창세기 1장의 명령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쿠데타로 짓밟힌 미얀마의 민주주의 위기는 법치의 민주주의가 오늘날의 세계에서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민주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폄하하는 세력에 대하여 민주주의의 당위성과 윤리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일이 부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사회적인 책무이기도 합니다. 정치의 구조에서 독재(獨裁)나 전제정치(專制政治)를 합리화하는 나라들에 법치의 민주주의가 가진 공공적 행복을 보여주도록 기도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4월 7일의 재보궐선거에 유권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 상황에서 정치의 평화를 위한 신앙적 덕목이요 사회적 책무입니다.
최근에 불거진 LH사태는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일깨운 사회적 현상입니다. 60년대부터 잘살아보자고 갖은 방법으로 애를 써서 지금 이만큼까지 살게 되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쌓여온 불공정한 경제 구조가 우리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시장경제가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쪽으로 흐르는 것은 경제의 타락입니다. 상생의 시장경제를 만들며 지켜가는 것은 부활 신앙의 경제적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지속적으로 잘 살지 않고서는 경제의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과 국민 여러분, 기독교의 부활 신앙은 그저 추상적인 종교 교리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아 인격과 일상의 삶에서 영생의 복을 누리고 나누면서 동시에 인간 삶과 역사 흐름의 구체적인 영역에서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고 공공의 평화를 이루어가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인도적 인륜도덕, 생태적 환경윤리,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를 세워가는 힘입니다. 21세기 인류의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교회 공동체와 오늘날의 사회에 넉넉하기를 기도합니다. 평화의 인사를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여러분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