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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어난 난꽃
시애틀 이동근 장로(전 중앙일보 시애틀 편집국장)칼럼
 
이동근   기사입력  2019/03/19 [06:55]

 

▲ 1년후에 다시 피어난 난꽃들. 마치 예수님의 부활을 보는 느낌이었다.     © 뉴스파워 이동근

 

 

신기했다. 큰 놀라움이고 신비로움이었다. 마치 예수님의 부활을 보는 것같았다. 2달 전이었다.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조그만 난초에서 뜻밖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시애틀의 50년만의 큰 눈사태 속 추운 겨울이 계속된 가운데 그 꽃봉오리에서 처음으로 난 꽃 한송이가 활짝 피었다. 그리고 2,3,4개... 연속으로 조그만 꽃망울들이 하얀 난 꽃으로 피어났다.

난 꽃은 한번 피고 나면 다음 해에는 살리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이 난 꽃은 1년 만에 다시 두 번째로 꽃들이 피었으니 마치 예수님 부활을 목격하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20센티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아름다운 난꽃은 지금까지 꽃망울 10개중 6개가 활짝 피었다. 정말 조그만 화분의 화초에 난꽃 10 꽃봉오리가 다 만개할지 기대하며 나는 매일 매일 집안 창가에 놓여 있는 난 꽃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

나는 난 꽃을 좋아한다. 난 꽃은 오래피고 여러 꽃들이 한꺼번에 줄기에 달려 더욱 예쁘다.

난 꽃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6년전 큰 수술을 받고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있을 때 교인들과 친척, 친지들이 병문안으로 난초 등 많은 꽃과 화초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퇴원 후 집으로 그들을 옮겨왔다.

한 달 동안 운전도 외출도 하지 못하게 하는 의사의 엄명으로 집에서 회복의 시간을 가지면서 걷는 운동을 할 때 곳곳에 놓여있는 여러 난꽃 화분들에게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실 병문안 때 가져왔던 다른 화초들도 있었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꽂이 꽃도 있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나니 그 화려했던 꽃꽂이 꽃들은 벌써 시들었고 화분 안에 피어있던 꽃들도 어느새 시들어 버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 아직 싱싱하게, 아름답게 계속 피어나고 있는 여러 난꽃들을 매일 보게 되니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더욱 관찰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도시에 자라서 꽃과 잡초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원예에는 소질이 없다. 그래서 집안의 화초나 정원 화단도 아내가 가꾸기 때문에 꽃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꽃을 기르거나 꽃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부터 퇴원 후 집에까지 한 달 이상 동안 활짝 피어있는 여러 난 꽃들을 보며 저런 독특한 꽃을 만드신 하나님 앞에 다시 경이로움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회복 기간 중에 때로는 통증이 찾아와 짓눌림 속에 있을 그때마다 난은 비록 말없는 꽃이었지만 큰 위로와 기쁨을 주고 무언의 대화를 나눠 나의 치유를 도와주었다.

자세히 보니 난 꽃들은 꽃모양이나 색깔, 크기들이 조금씩 달랐는데 한 난꽃은 독특하게 마치 사람의 얼굴 같은 조그만 모양과 함께 머리 같은 큰 꽃잎이 달려 있었다.

특히 그 얼굴에는 커다란 두 눈이 있고 웃고 있는 입모습도 있었다. 마치 나를 향해 웃고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빨리 낫기를 기원하는 것 같았다. 그 화분의 난 꽃은 하나가 아니라 위에 여러 꽃들이 달려있어 마치 찬양대나 나의 믿음의 여러 친구들처럼 보여 기쁨이 더했다.


마침 어느 난 화분에는 꽃 이름과 재배 방법 설명이 있어 읽어봤다. 영어 이름은 'phalaenopsis orchid'인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꽃이 나비와 비슷하다고 해서 팔레놉시스, 호접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꽃잎이 양 날개가 분홍색인 나비를 닮아 신기했다.

▲ 처음 피어난 난꽃 한송이. 그후엔 계속 피어나고 있다.     © 뉴스파워 이동근



그해 겨울 시애틀 날씨는 비 많이 오고 바람 세게 불고 추운 날씨가 되었다. 그 찬란했던 여름이 가고 다시 흐리고 비 오는 날씨로 밖에 외출하기도 어렵고 짜증날 때 집안을 걸으면 거실과 방마다 그리고 화장실 안에까지 있는 난 꽃들은 나비가 되고 찬양대 친구들이 되어 기분 전환을 해주었다.

이와같은 난 꽃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감사했다. 난 꽃들의 아름다움으로 병문안 때 제일 많이 가져오는 꽃이 난 꽃인 것처럼 우리들도 병문안 때 제일 좋은 꽃이 되어 병들고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난 꽃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병든 자를 찾으시고 고치시는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일 것이다. 장미꽃처럼 화려하지 않고 향기도 없지만 오랫동안 피어 병들고 아픈 사람들과 영혼들에게 기쁨을 주는 난 꽃같은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

▲ 커피잔처럼 조그만 화분 위에 난꽃이 피어나고 있다.     © 뉴스파워 이동근



특히 난꽃을 보면서 독특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다른 꽃들과 달리 화분마다 받침대가 있어 줄기를 받쳐줘야 줄기가 위로 올라가 위에 있는 꽃들이 피어 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학처럼 고고하게 그리고 드높게 줄기를 뻗고 아름다운 꽃들이 위에서 여러 송이 피고 또 피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도 예수님의 받침대를 의지하고 유혹 많고 죄악 많은 이 세상의 것을 물리칠 때 우리는 드디어 이 땅의 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하늘의 것을 향해 올라갈 수 있으며 성화된 아름다운 꽃들을 우리의 믿음의 여정가운데 활짝 꽃 피울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비록 난초처럼 약한 줄기이지만 예수님 말씀의 받침대에 굳게 의지할 때 영원히 굳게 서서 아름다운 믿음의 꽃들을 피워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다시 피어난 난 꽃은 지난해 받았던 아주 작은 것으로 커피 잔 처럼 작은 화분에 자라는 앙증스러운 것이었다. 한번 아름답게 피고 꽃이 다 떨어졌기에 다른 난초들처럼 생명이 다 한줄 알았다. 그러나 아내가 이번엔 잘 가꿨는지 뜻밖에 다시 피어난 난 꽃을 보면서 정말 죽은 사람이 살아온 것처럼 기뻤고 비록 한 세대는 죽었지만 또 다른 새 세대가 피어나는 것 같은 소망과 비전마저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다 죽은 것 같았던 조그만 줄기들 속에서 단 한줄기 생명력 있는 푸른 싹이 돋아 오르고 꽃이 피는 것들을 보면서 성경의 그루터기와 남은 자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오히려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삼키운 바 될 것이나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사 6:13)

즉 사람이 10분의 1로 줄고 그들이 죽는 일이 있어도, 거기에 그루터기가 남는다면 그것이 거룩한 씨가 되어서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유대인들의 ‘남은 자 사상’의 비전과 중요성을 자연계시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한 세대가 번영했다가 이제 다 죽은 것 같은 난초이지만 아브라함 같은 단 하나의 줄기만 살아 있으면 다시 다음 세대 다른 줄기가 생기고 다음 세대의 꽃들이 활짝 피는 것처럼 우리들도 비록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이민생활이지만 내 자신부터 하나님을 경외하고 충성할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세우신 언약으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 세대와 후손에까지 번성케 하고 복을 주신다는 비전과 소망의 메시지다.

오래전에 옐로스톤에 갔었는데 한 안내자의 설명을 기억한다. 한때 큰 산불이 나서 많은 나무들이 다 타 죽었는데 다시 심지도 않은 산에 새 나무들이 저절로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나무가 불타 죽을 때 그 열기로 씨가 터져 땅에 떨어지고 나중에 씨앗들이 죽어 썩은 어미 나무를 영양분으로 삼아 자란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부모가 자식들을 위해 온몸까지 바쳐 희생하는 위대한 자연법칙이 또한 여기 있는 것이었다.

다 죽은 것으로 알았던 우리 집 난초에 다시 꽃들이 만발해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기쁨을 주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처럼 우리들도 하나님 나라로 복음의 꽃을 피우고 믿음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며 우리가 믿음의 그루터기가 될 때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우리 후대까지 영원히, 영원히 번성하리라고 믿는다.

 

■이동근: 뉴스파워 시애틀 본부장. 시애틀 뉴비전 교회(담임 천우석 목사) 시무장로. 전 중앙일보 시애틀지사 편집국장. 전 월간 신앙지 ‘새하늘 새 땅’ 발행인 저서: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사람들’ 상,하권. 서북미 여행가이드(2018), ‘아름다운 오리건’, ‘아름다운 워싱턴’, ‘비,눈,바람 그리고 튤립’. 대한민국 국전, 일본 아사히 신문 국제 사진전, 홍콩, 한국 국제 사진 전 입선, 오리건주 오리거니안 신문 사진전 1위. 미국 개인 사진전 개최.

이메일:nhne7000@gmail.com

 

 

 

 

 

 

이동근:시애틀 뉴비전교회(담임 천우석 목사) 시무 장로. 전 중앙일보 시애틀지사 편집국장. 전 월간 신앙지 ‘새하늘 새땅’ 발행인

지은 책: 100명 신앙 간증집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사람들’ 상.하권, 서북미 여행가이드(2018), ‘아름다운 오리건’, ‘아름다운 워싱턴’, 중앙일보 칼럼모음집 ‘비, 눈, 바람 그리고 튤립’. 대한민국 국전을 비롯 일본 아사히 신문국제 사진전, 홍콩, 한국 국제사진전 등 수많은 사진전에 입상, 입선했다. 또 오리건주 오리거니안 신문 사진전에서 1위, 3위를 했고 미국에서 개인 사진전도 개최했다.

이메일:nhne7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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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9 [06:55]   ⓒ news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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