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21일, 기사연빌딩 이제홀에서 ‘성소수자 그리고 기독교사회운동 불편한 동거’란 주제로 9월 기독교사회운동포럼을 열었다. © 뉴스파워 범영수 | |
진보적 색체가 강한 기독교장로회가 지난 주에 있었던 총회에서 성소수자 목회지침을 기각하며 한국 교회 내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명확해졌다. 이런 시점에서 기독교사회운동과 성소수자의 불편한 동거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려 주목을 끌었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21일, 기사연빌딩 이제홀에서 ‘성소수자 그리고 기독교사회운동 불편한 동거’란 주제로 9월 기독교사회운동포럼을 열었다.
강사로는 한채윤 상임이사(비온뒤 무지개재단)과 고상균 목사(향린교회 부목사)가 맡았다.
한채윤 상임이사는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역사를 소개했다. 기존 PC통신 등을 통해 커뮤니티를 이뤘던 동성애자들은 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 함께 점차 세상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던 동성애 인권단체들은 2007년부터 보수 기독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한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한 상임이사는 2007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기총을 위시한 보수 기독교계는 노무현 정권과의 싸움에 몰두했기에 동성애 관련 이슈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2007년을 동성애자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 한 상임이사는 “2010년에 바성연(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 만들어지면서 프레임 자체를 자신들이 훨씬 국가와 민족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퀴어축제와 관련해서는 보수기독교계뿐만이 아니라 어버이연합과 같은 보수단체가 반 동성애 전선에 합류했다. 이는 2012년도에 군형법 92조가 동성애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인권단체들의 진정으로 시작됐다. 이 군형법 92조 문제는 재향군인회 등을 비롯해 반동성애 진영의 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한 상임이사는 설명했다.
한 상임이사는 “그 이후로 양 측은 서로 덩치를 키우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12년 이후로 종북 빨갱이는 동성애라는 공식이 성립됐다”며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종북 싸움이 동성애 문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상임이사는 반동성애운동을 기독교계가 자신들의 목회활동에 활용하기 유용하고 아주 중요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기독교계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치는 이들 중 자신들의 생계와 돈벌이, 명예, 지위, 신도 수를 유지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상임이사는 진보 기독교계가 동성애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으로 고상균 목사의 발제가 이어졌다. 고 목사는 올해 열렸던 퀴어축제에 반동성애 단체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 인간 띠 잇기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준비하던 당시에 일어난 한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인간 띠 잇기에 참여하겠다는 향린교회의 한 집사에 대한 이야기로 그 집사는 보수 기독교계가 행하는 일들에는 문제를 느끼지만, 그 자신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인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 목사는 “그것이 바로 동성애인권운동과의 불편한 동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고 말했다. 2007년 반 동성애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대부분의 진보 기독교진영은 불참을 통보했다. 어느 민중신학 노학자의 “눌리는 것은 막아야 하나, 죄는 죄라고 말을 해야지”라는 발언에서 진보 기독교진영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다.
고 목사는 “2007년부터 시작된 개신교사회운동과 LGBTAIQ간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런 척’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아는 척, 무척 진보적인 척, 다 이해하는 척이 적어도 개신교 운동 단위에 있어 새롭게 다가온 주제인 LGBTAIQ에 대해 마음으로 껴안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됐다고 여겨진다”고 지적하며 그 ‘척’을 깨는 솔직함을 통해 그간의 불편한 동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