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과학교과서라는 주장은 오히려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다."
한국창조과학회의 ‘젊은 지구론’에 맞서 ‘오래된 지구론’을 주장해온 창조론 오픈 포럼 대표 양승훈 교수(캐나다 밴쿠버세계관 대학원장)는 11일 오전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제3회 창조론 오픈 포럼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아 이 같이 주장했다.
▲ 제3회 창조론 오픈 포럼 개최. © 뉴스파워 최창민 | |
포럼 시작에 앞서 양승훈는 “미국의 주류 복음주의 신학자나 과학자들이 연구했던 논의들이 한국 교계에 소개된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들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포럼은 6천년 지구설이나 오랜 지구를 논의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고 포럼 개최의 의의를 밝혔다.
또 양 교수는 포럼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해 “먼저, 복음주의적 성경관을 받아들이는 분이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또 자기주장을 경직되게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문적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 이것은 특정 주장을 지지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고 말해 최근 창조론 논쟁에 대해 자유로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창조론오픈포럼 대표 양승훈 교수. © 뉴스파워 | |
‘성경은 과학교과서인가?’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양승훈 교수는 “성경의 문장이나 표현으로부터 구체적인 과학적 결론을 유추하려는 시도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해로의 발견, 물순환 등 성경으로부터 실제적인 과학적 발견을 한 사례들을 들며 “성경에 나온 표현은 어디까지나 실마리에 불과할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양 교수는 “성경을 과학교과서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성경의 권위를 세우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며 “그것은 오히려 성경을 다른 과학서적과 대등한 지위에 두고 비교하는 것으로써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또 “어떤 사람들은 성경의 문자적 해석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해석을 타협 내지 불신앙의 결과로 몰아붙인다.”고 비판하며 “성경의 문자적 해석만이 유일한 해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모순에 봉착하게 된다.”고 말해 성경의 문자적 해석을 지지하는 한국창조과학회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성경과 과학의 바른 관계 정립에 대해 양 교수는 “성경의 중심적인 메시지를 제외한 나머지 표현들에 대한 해석은 열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성경은 무오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인간은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양 교수의 발제 외에 조덕영 박사(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가 ‘카발라의 창조론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 박찬호 교수(워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가 ‘토마스 토렌스의 공간론’, 김피터 박사(동서전통문화연구소)가 ‘창조론의 도가적 해석’, 이용국 교수(성민대)가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 근거한 창조론’, 최태연 교수(백석대)가 ‘창조론과 빅뱅, 양립할 수 있는가’, 이영욱 교수(연세대)가 ‘현대 우주론과 기독교 신앙’, 박규준 박사(서울대)가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의 원리와 창조론적 고찰’ 등을 발제 했다.
크리스천 과학자, 신학자, 과학철학자들의 모임인 창조론 오픈 포럼(ofc:open forum for creationists)은 양승훈 교수와 조덕영 박사 중심으로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포럼을 가진 바 있다. 앞선 두 번의 포럼에서 ‘오래된 지구론’을 주장해온 두 교수는 한국창조과학회의 설립을 주도했던 회원이기도 해 최근 창조론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날 포럼은 발제를 맡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새롭게 하고 논문집 발간과 학술발표회 준비 등 창조론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활발히 전개해갈 뜻을 밝혀 한국창조과학회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전망이다.